한기총, 한교총의 통합 합의안 거부··· 사실상 통합 아닌 흡수
"- 한교총 통보·명령 내용에 한기총 임원들 ‘격앙’ - 합의안의 진짜 노림수는 ‘3대 종단 협의체’ 종교계 기독교 대표권 획득 목적- 정서영 대표회장 “보수 정체성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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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독교방송 기자 작성일2024-09-09 09:46본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하 한기총)가 연합기관 통합 건에 대해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이하 한교총)이 보내온 통합안은 받아들일 수 없음을 결의했다.
한기총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한기총 회의실에서 열린 제35-5차 긴급 임원회에서 이 같이 결의했다.
한기총 정서영 대표회장은 임원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이라는 대전제는 변하지 않는다”며 “단, 한기총의 통합안을 만들어 한교총에 회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교총은 지난 8월 22일 한기총 측에 ‘기관통합 논의에 관한 건’이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8월 30일까지 답신을 요청한 바 있다. 한교총은 공문에서 “8월 30일까지 별도 통지가 없을 시, 금회기 추진한 기관 통합 논의는 합의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9월 3일 상임회장 회의에 보고하며, 합의문 등에 적시된 사업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기재했다.
이날 공개된 한교총의 소위 통합안에 의하면 통합 기관 명칭은 한기총으로 하고, 운영방식은 한교총 정관과 제 규정으로 하기로 했다. 김정환 사무총장은 “이 내용은 김현성 임시대표회장 당시 합의했던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대표회장은 한교총 통합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정호 목사(혹은 그 외의 추천자)로 하고, 대표회장 선임을 위한 인선위원회를 설치해 위원장은 장종현 목사가 맡고, 위원회는 양 기관이 3인씩 맡아 3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이단 문제는 원칙적으로 한국교회 공교단의 결정을 존중하되, 한기총이 진행해 온 이단 관련사항의 처리 내용을 한교총이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통합 이후에도 적용된다.
특이한 대목은 통합 무산 시 ‘3대 종단 협의체 구성’을 통보한 점이다. 양 기관 통합이 무산된 경우, 한교총 중심으로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까지 3대 종단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한기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공문은 임원들에게 전체 내용이 공개됐다. 김정환 사무총장은 “해당 공문을 접수한 뒤, 한기총이 이미 답신을 보냈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은 △양 기관의 통합 논의는 한기총의 오랜 숙원이며, 한국 기독교의 열망으로 본회 대표회장과 모든 임원들은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행한다 △통합추진위원회의 최종 논의는 8월 14일 진행됐다 △한교총이 제안한 통합안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한국교회 소망으로 판단해 임원회를 5일 소집했으니, 최종 답신은 5일 임원회 이후 통고하겠다 등이다.
한교총이 보내온 합의안이 공개되자, 임원들은 해당 공문 내용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단체를 그대로 갖다 바치는 것이다”, “통보 식의 내용에다 명령조 아닌가. 협상의 자세가 아니다”, “너무 예의가 없고, 통합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NCCK 세력과 합칠 수는 없다”, “김현성 임시대표회장 당시 통합안과 다를 바 없다”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결정적으로 한 회원은 한교총의 합의안이 "사실상 한기총을 향한 협박이라 생각될 정도"라며 통합은 고사하고 절대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통합에 대한 동등한 제의 아닌 일방적 굴복 요구
대표회장 및 인선위원장 모두 한교총··· 한기총은 이름만 내놔라?
그도 그럴 것이 한교총이 작성한 통합 합의안은 이기적인 수준을 넘어 매우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통합의 파트너로 정중히 상대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굴복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비춰질 정도다.
가장 문제는 지도부다. 통합 이후 대표회장을 포함한 주요 요직, 주요 회의체를 사실상 한교총이 독점하겠다는 내용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통합 대표회장은 오정호 목사(한교총 통추위원장)가 맡는다. 대표회장 인선에 대해 논의를 요구하거나 양 대표회장이 함께하는 공동 대표회장제를 제안하지도 않고, 한교총의 오정호 목사를 아예 못박았다.
주요 회의체 역시 모두 한교총이 독식하게 된다. 기본적인 공동대표회장단은 한기총측에서 추천한 1인만 들어갈 수 있으며, 상임회장단은 한기총에서 추천한 단 3인만 포함한다. 들러리조차도 내줄 수 없다는 태도다.
결정적으로 매년 대표회장 선임을 담당하는 인선위원회의 위원장을 현 한교총 대표회장인 장종현 목사가 무려 3년간 독식하는 안이 들어있다. 인선위원회는 선거를 없앤 한교총에서 대표회장의 선임권을 지닌 실제적 권력기구로 장종현 목사가 2년 전 인선위의 비상식적인 결정으로 대표회장 문턱에서 고베를 마시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탐냈던 종교계 기독교 대표권 끝내···
‘종지협’ 회원권 얻지 못하자 새로운 종교 협의체 구성 노려
그렇다면 한교총은 대표회장과 인선위원장, 여기에 상임회장단 공동회장단의 주요 회의체까지 완전히 독점하는 반 민주적 합의안을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진정 통합을 원했다면, 상식적으로 이런 합의안을 도출키는 어렵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한교총의 진짜 노림수는 마지막 8항인 '3대 종단 협의체' 구성에서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한교총은 합의안 1~7항까지 양 기관의 통합에 따른 합의 내용들을 언급하다가 갑작스레 8항에서 뜬금없이 '3대 종단 협의체 구성 : 통합이 무산된 경우, 한교총이 중심이 되어 3대 종단(기독교 불교 천주교)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를 등장시킨다.
통합을 제의하면서, 통합의 무산을 염두하는 매우 비상식적인 태도에 더해, 한교총이 3대 종단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한기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명령(?)을 보탠다. 한 마디로 통합이 깨지면 자기들이 불교, 천주교와 협의체를 구성할 것인데, 한기총은 이를 막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교총은 뜬금없이 양 기관의 통합 합의안에 '3대 종단 협의체'를 넣었을까? 그것은 바로 종교계에서 갖는 기독교의 대표권을 한교총이 갖겠다는 의도로 추론된다.
여지껏 종교계에서 기독교의 대표권은 줄곧 한기총이 가져왔다. 한기총이 직접 설립 멤버로 참여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가 바로 그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한교총이 종지협 내에서 한기총을 밀어내고, 자신들이 기독교 대표로 서기 위해 매우 적극적인 시도를 폈었는데, 내부의 거부로 매번 무산됐었다는 점이다. 스스로 한국교회 95%를 포함하는 대표라고 말하지만, 실제 종교계에서의 대표는 여전히 한기총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 통합은 한교총에 있어 기독교의 대표권을 득할 매우 유효한 기회다. 한교총 입장에서 만약 통합이 성사된다면, 자연스레 한기총이 갖고 있던 기독교 대표권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통합이 되지 않더라도 불교, 천주교 등과 따로 종단 협의체를 구성한다면, 또다른 기독교의 대표권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지난해부터 그토록 탐내던 종교계 내 기독교의 대표권을 어떤 식으로든 얻겠다는 계산이 바닥에 깔린 셈이다. 여기에 최근 한교총은 천주교, 불교의 대표와 만남을 갖고 이를 보도자료로 언론에 분출하며, 한기총을 향해 무언의 압력을 행사했다.
한기총의 역공 “WCC 다원주의 단체와 통합 안해”
한교총의 불분명한 신학 정체성 정면 지적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몰염치한 합의안에 한기총은 한교총의 WCC 문제로 응수했다.
증경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한교총은 WCC, WEA, NCCK, 다종교, 동성애 찬성 교단들이 있는 곳이다. 나무아미타불아멘을 하는 교단들도 있다"며 "우리가 이런 것을 아는 이상 하나될 수는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저들과의 통합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권태진 목사 역시 "한국교회의 연합운동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야 한다. 이를 혼합한 한교총은 해체해야 한다"며 "WCC의 회원교단들이 함부로 이단을 운운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한교총의 태생적 한계도 지적됐다. 엄 목사는 "한교총은 애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조율하겠다고 나온 조직이다. 자기들은 절대 단체를 구성치 않겠다고 하더니, 결국 단체를 만들어 한국교회를 혼란케 했다"며 "한국교회는 진보의 NCCK, 보수의 한기총 두 곳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이러한 입장을 성명서에 담아 한국교회에 발표했다. 통합 무산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한교총의 불분명한 정체성 때문이라는 회심의 역공이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임원들께서 자존심 상하고 무례하고 무시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면, 통합 논의 자체를 할 수 없지 않겠나.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끌고 갈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보수 연합기관으로서 정체성이 있다”며 해당 공문에 답하는 성격으로 미리 작성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 주요 내용은 지난 7월 25일 임원회에서 통과된 한기총 정강정책 △개혁주의 보수신학 지지·수호 △혼합주의와 종교다원주의 배척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배척 △자유민주주의 수호 등이다.
성명서에서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기총은 대한민국 대표적 보수 연합기구로 한국교회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사명에 따라 연합과 일치를 이뤄 갈 것”이라며 “한기총은 보수 신앙을 지키고, 사회와 정부를 향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이끄는 기독교 연합기관”이라고 천명했다.
낭독 후 정 대표회장은 “더구나 한교총은 저희 임원회가 아직 모이지 않아 통합이 무산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제(4일) 모여 ‘3대 종단 협의체 구성’을 시도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를 조직하고자 했지만, 불교와 천주교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것만 봐도 한교총에도 통합 의지가 없는데, 통합 논의를 더 끌고 갈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결국 임원들은 “합의문대로 통합을 할 수는 없다. 한기총 임원회는 한교총 통합안의 잘못된 부분을 밝혀, 성명서를 작성해 발표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최종 결의하고, 나머지 사항은 대표회장에게 위임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서영 대표회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대표회장에 취임하면서 기관 통합과 한기총 정상화 두 가지를 약속했다. 기관 통합을 위해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나고 대화도 했지만, 양 기관 간에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알게 됐다”며 “그 거리를 메우고자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직 분위기가 성숙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서영 대표회장은 “한기총의 통합안을 보내 논의를 계속하겠다. 언젠가 분위기가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통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특정인이 나타나서 임의로 하는 통합은 힘들 것 같다”며 “무엇보다 한기총은 NCCK에 대항하는 보수 연합기관으로 만들어졌기에, 이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의미가 없다. 한국에는 NCCK와 한기총이 서로 협조하고 때로는 견제하면서 한국교회를 이끄는 것이 맞다는 소신은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회장은 “한교총에서 최종안 격으로 보내왔지만, 우리가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지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인선위원회 구성만 봐도 한기총은 이대로면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우리 쪽에서 얼마나 대화하기 힘들었겠는가. 저는 자존심을 많이 내려놓고 협상에 임했다”고 고백했다.
한기총은 "한기총은 보수 연합기구이지만, 타신학을 배척하지 않고 존중한다. 그러나 신학이 다른데도 단순히 모여있는 것을 연합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한기총이 개혁보수신학과 신앙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방향의 통합이 아닐 것이다. 한기총은 결코 타협할 수 없고, 타협해서도 안되는 성경적 가치가 있으면 그 절대성을 지켜야 한다"고 선포했다.
이로써 한기총은 넘어온 '통합의 공'을 다시 한교총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교총이 합의안에 일방적으로 명시한대로 '3개 종단 협의체'를 구성을 강행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외에 이날 한기총 임원회에서는 전회의록 채택, 경과 및 사업 보고, 안건토의 등이 진행됐다. 1부 예배에서는 공동회장 윤광모 목사 사회로 명예회장 박승주 목사의 기도 후 증경대표회장 엄기호 목사가 ‘그리스도의 사랑은(아 8:5-7)’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